
0.1퍼센트에서 출발한 절망적인 효율
페로브스카이트 LED가 처음 국내 연구진에 의해 공개된 2014년만 해도, 발광 효율은 0.1퍼센트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빛은 나지만 디스플레이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성능이었고, 내구성과 수명도 형편없이 짧아 “상용화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가시광 구현 자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다양한 색을 선명하게 구현해야 하는 디스플레이 응용을 논하는 것조차 이른 단계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용 소재로 더 많이 주목받고 있었고, 발광 소자 분야는 부차적인 실험에 가까운 영역으로 취급되던 시기였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이 바꾼 기술의 방향성
이 불리한 출발선에서 판을 뒤집은 주체가 서울대 이태우 교수 연구팀이었습니다. 이 연구팀은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층의 결정 품질과 결함 제어, 전하 주입 구조 최적화에 집중하며 효율과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 결과 초기에는 가시광 구현도 버거웠던 페로브스카이트 LED를 디스플레이 후보군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성능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단순히 실험실에서 “밝게 빛났다”는 수준을 넘어, 반복 가능한 공정과 특허 포트폴리오, 신뢰성 데이터까지 쌓아 올리면서 기술 경쟁의 무대를 연구실에서 산업 현장으로 끌어낸 것이 이 연구팀의 가장 큰 공헌으로 평가됩니다.

‘100퍼센트 효율’이 아닌 상용화 문턱의 돌파
일부에서 회자된 “2026년 발광 효율 100퍼센트 달성”이라는 표현은 과학적으로는 다소 과장된 표현에 가깝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LED 관련 연구의 핵심은 실제로 100퍼센트를 찍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 한계에 근접한 외부양자효율과 상용 디스플레이가 요구하는 수명·밝기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있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2022년 페로브스카이트 LED에서 외부양자효율 EQE 28.9퍼센트를 기록하며, 이론 한계에 근접한 성능을 실험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에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의 안정성을 개선해 열과 수분, 전기적 스트레스에 견디는 수명을 크게 끌어올리는 연구를 이어가며, 실제 디스플레이 적용 가능성을 한 단계 더 확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00퍼센트 효율”이라는 과장된 슬로건보다는 “상용화를 가로막던 기술적 문턱을 실제로 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기술 요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OLED를 위협하는 가격과 공정 경쟁력
페로브스카이트 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후보로 각광받는 이유는 단지 효율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산업 관점에서의 가격과 생산성 측면에서도 매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존 OLED는 고정밀 증착과 봉지 공정 등 복잡한 제조 단계를 거쳐야 해 설비 투자와 제조 비용이 높은 편인데, 페로브스카이트 LED는 소재 합성과 박막 형성 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대면적·저비용 생산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특유의 높은 색 순도와 넓은 색 영역, 높은 밝기 잠재력은 HDR 콘텐츠와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유리한 특성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확보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기술이 본격적으로 패널 제조 공정과 결합될 경우, 기존 OLED 라인업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로드맵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허와 공정 노하우가 만든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
디스플레이 산업은 단순히 누가 먼저 실험에 성공했느냐보다, 누가 특허와 공정 노하우, 신뢰성 데이터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분야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LED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 연구진이 축적한 원천 특허와 소재 합성, 박막 형성, 소자 구조 관련 공정 기술은 후발 주자에게는 상당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 등 경쟁국이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양산을 시도하더라도, 장기 신뢰성 검증 데이터와 특허 라이선스 체계 없이 전면적인 디스플레이 전환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한국이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디스플레이의 효율과 수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흐름은, 향후 표준 특허와 레퍼런스를 둘러싼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0.1퍼센트에서 산업 표준 후보로, 한국 기술이 연 서사
결국 0.1퍼센트에 불과하던 발광 효율에서 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LED가, 한국 연구진의 장기적인 축적과 집요한 개선을 거쳐 상용화 문턱을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이번 기술의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히 논문 몇 편을 내는 수준을 넘어, 원천 특허와 공정 기술, 신뢰성 데이터를 함께 쌓아 올리며 디스플레이 산업의 차세대 표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0.1퍼센트의 처참한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사실상 실패로 여겨지던 소재를 산업 후보 기술로 바꿔 놓은 서사는 한국이 왜 여전히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불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디스플레이가 실제 양산과 제품 출시 단계까지 이어진다면, 이번 성과는 단일 연구팀의 성공을 넘어 한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판도를 다시 한 번 주도하는 출발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