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LNG선에서 드러난 기술 신뢰성의 그늘
중국 조선업은 저가 수주와 공격적인 증설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주량을 빠르게 늘려 왔지만, LNG 운반선처럼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는 여전히 기술 신뢰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LNG선은 영하 160도 안팎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가스를 실어 나르기 때문에, 화물창 구조와 단열 설계, 추진 장치, 연료 시스템, 안전 제어 등 모든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설계와 운항 기술이 요구됩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중국에서 건조된 LNG 운반선이 발전기와 구동계 고장으로 해상에서 멈춰 서고, 이로 인해 호주 LNG 터미널 운영에 차질을 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호주 당국은 결국 해당 선박에 대해 약 180일에 이르는 입항 금지 조치를 내리며 강하게 대응했고, 이 사건은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운항 리스크’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고부가 LNG선에서 빛난 한국의 축적된 경험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조선업계는 LNG 운반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실적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주들 사이에서 신뢰를 확보해 왔습니다. 한국 조선소들이 수주해 인도한 LNG선은 대규모 프로젝트와 장기 운항 경험을 통해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됐고, 극저온 화물창 기술과 연료 효율 설계, 환경 규제 대응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LNG선은 프로젝트 특성상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에너지 수출입국 전체의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선주 입장에서는 건조비가 다소 높더라도 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선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국 조선사의 안정적 품질과 시운전·운항 데이터는 중국과 명확히 구분되는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자율운항 솔루션이 연 스마트십의 새로운 무대
한국이 LNG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꺼내 든 무기가 바로 자율운항과 스마트십 기술입니다. HD현대 계열사인 아비커스가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HiNAS가 탑재된 대형 선박이 실제 대양 횡단 항해에 투입돼, 운항 중 약 100차례에 걸친 충돌 위험 상황을 회피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공개됐습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 보조 항법을 넘어, 주변 선박과 장애물, 기상·해상 상태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최적 항로를 계산해 조타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연료 효율을 약 7퍼센트 개선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약 5퍼센트 줄였다는 성과도 함께 제시되면서, 자율운항 기술이 선주의 비용 절감과 안전 운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선박 자동화가 현실 성과로 전환되는 전환점
그동안 선박 자동화 기술은 항해사의 피로를 줄이고 일부 조타를 보조하는 정도의 기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 솔루션 기업들이 선보이는 시스템은 항로 선택, 충돌 회피, 속도 조절, 연료 관리까지 인공지능이 통합적으로 관여하며 실제 운항 결과를 바꿔 놓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보험료와 연료비, 탄소 규제 대응 비용까지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되면서 선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선주 입장에서는 단가가 조금 비싸더라도, 장기간 운항 과정에서 총비용을 낮출 수 있는 선박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유인이 강해지고 있으며, 이 점에서 한국의 스마트십 기술은 LNG선 경쟁력과 결합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이 노리는 스마트십 표준의 선점
한국 조선업계는 이미 LNG 운반선 분야에서 세계 1위 수준의 수주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자율운항과 친환경 운항 솔루션을 결합해 ‘스마트십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선박은 한 번 건조되면 수십 년간 운항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선주들은 최초 건조비보다 전체 운항 기간 동안의 총비용과 리스크를 더 중시합니다.
자율운항 기술이 충돌 위험과 인적 오류를 줄이고, 연료비와 탄소 배출을 동시에 절감해 준다면 이는 강력한 구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흔들고 있다 해도, LNG선과 스마트십 영역에서 운항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축적한 한국이 신뢰 가능한 기술 공급자로 자리매김한다면,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는 한국 중심의 질서가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조선 기술 패권 경쟁에서 부각되는 한국의 위상
중국 LNG선의 기술적 한계와 실제 운항 사고가 부각되면서,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과 신뢰라는 사실이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LNG 운반선 기술력과 축적된 운항 실적, 그리고 자율운항·친환경 운항 솔루션을 결합한 입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선 기술 패권 경쟁의 전면에 서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한 수주량이 아니라, 해운·물류의 새로운 규칙을 누가 설계하느냐의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LNG선과 스마트십 분야에서 한국이 신뢰성과 데이터 기반 표준을 주도할 수 있다면,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시장의 중심축은 한국으로 기울 수 있으며, 이번 중국 LNG선 논란은 그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