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내세운 옴니모달 전략의 실체
네이버가 국가대표 AI 선발전에 내놓은 하이퍼클로버X는 텍스트 중심의 일반 언어모델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음성과 이미지를 함께 처리하는 옴니모달 구조를 통해 인간의 복합적 인지에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구성이었고, 이용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감성 응답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모델은 일상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실사용 가능성’을 강조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순한 벤치마크 점수 경쟁보다 실제 서비스에 연동할 수 있는 기능과 응답 품질, 그리고 한국어 환경에 최적화된 답변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스스로를 한국 인터넷 서비스의 연장선에 있는 AI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려 했다는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독자 기술 논란을 부른 비전 인코더
하지만 옴니모달이라는 강점은 동시에 약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지와 소리를 이해하려면 시각과 음성을 모델이 처리 가능한 수치 정보로 바꾸는 비전 인코더와 관련 모듈이 필수적인데, 이 핵심 요소가 전부 네이버의 독자 기술이 아니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 계열에서 공개한 오픈소스 모델의 비전 인코더 가중치를 활용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네이버 모델이 정부가 강조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취지를 온전히 충족하느냐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은 글로벌 AI 업계에서 이미 일반적인 개발 방식이지만, 이번 선발전이 ‘국가대표’라는 상징성을 가진 만큼, 기술적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담긴 출처와 독자성 여부가 평가의 핵심 변수로 부각됐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1차 탈락과 NC AI가 함께 받은 메시지
정부가 추진한 국가대표 AI 선발 1차전에서 탈락한 곳은 네이버와 NC AI 두 팀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히 점수만 낮아서 떨어졌다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내세울 ‘대표 모델’에 요구되는 독자성 기준에서 두 팀이 모두 미달 판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반면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세 팀은 2차전에 진출했습니다. 이 가운데 LG AI는 실제 활용 가능성 평가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이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 역시 언어 성능과 응용 가능성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결과적으로 1차 평가 결과는 성능과 독자성 두 축 모두에서 ‘기술 스토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만들었는지가 승패를 가른 셈이 됐습니다.

계획 바꾼 정부와 혼선 커진 독자성 기준
당초 정부는 5개 팀이 참여한 선발전에서 1차에서 1개 팀만 탈락시키고 나머지를 2차로 올린다는 구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독자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계획을 바꿔 2개 팀을 탈락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이 과정에서 네이버와 NC AI가 동시에 이름을 올리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습니다.
정부는 평가에서 성능뿐 아니라 ‘프롬 스크래치’에 가까운 독자 개발 여부를 중시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애초에 독자성 기준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요구되는지 명확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특히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용하는 현대 AI 개발 현실과, 상징적 ‘국산 대표 모델’을 내세우려는 정책 목표 사이에 정교한 조율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패자부활전과 네이버의 불참 선언
정부는 예선에서 탈락한 팀까지 포함해 후속 경쟁 기회를 부여하는 이른바 패자부활전 방식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성능 개선과 구조 보완을 통해 일정 기간 뒤 다시 평가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산업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패자부활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1위 사업자로서, ‘국가대표 AI’라는 타이틀을 두고 다시 한 번 평가대에 서기보다는 자체적인 기술 로드맵에 집중하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이미 글로벌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국내 정책 사업에 과도하게 매여 있기보다는 독자 전략을 추구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됐습니다.

네이버 탈락이 남긴 과제와 향후 판도
이번 선발전 1차 결과는 네이버라는 상징적 기업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AI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성능과 서비스 경험에서 이미 탄탄한 기반을 가진 기업이라 해도, 국가 차원 프로젝트에서는 기술 구조의 독자성과 오픈소스 활용 비중이 새로운 판정 기준으로 떠올랐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정부의 독자성 기준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또 이를 사전에 얼마나 투명하게 공유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 국가대표 AI는 약 6개월 뒤 치러질 2차전 결과로 가려질 예정인 만큼,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어떤 기술 서사를 내세워 무대에 오를지, 그리고 네이버가 국가 사업 대신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한국 인터넷계의 정점’이라는 이름을 다시 증명해 보일지가 향후 국내 AI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